간단하게 말하자면, 나는 퇴직을 생각하고 있다. 그것도 몇 달 째. 괜찮은 회사와 아주 좋은 상사의 만류를 단칼에 뿌리치지 못 해서, 몇 달 째. 그래도 이런 결정을, 몇 번의 유예를 받고 갈등을 반복하고서도 이런 결정을 그대로 내리려는 건 대체 무슨 오기일까. 내겐 남들만큼의 용기도 없고, 욕심만이 있을 뿐인데.
난 그냥 지금 모든 게 다 두렵고 귀찮은 건지도 모른다. 내가 가진 것들을 이용해서 앞으로 남은 날들을 설계하고 나아갈 길을 천천히 준비해야 할 현실이 두려워 반대를 선택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. 삶이 눈 앞으로 다가오는 이십대의 끝자락에서 잠시나마 눈을 감고 또 어린애처럼 당장의 오늘과 내일만을 보며 살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. 아니, 아마 그럴 것이다.
그냥 무모하게 '인생 처음으로 택하게 되는 이레귤러'라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지도 모른다. 나는 적당히 성적에 맞춰 대학을 들어갔고, 슬슬 사회에 나가야 한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교수님께 진학 권유를 받아 도피하듯 대학원에 들어갔고, 아르바이트 감각으로 다닌 인턴이 그대로 첫 직장이 되었다. 그렇게 그냥 적당히 물이 흐르듯이 청춘이 흘러왔다. 지루했다.
몇 달 째 결정이 미뤄진 원인은 가족의 만류보다도, 상사의 만류였다. 나는 내 두 번째의 회사에서 아주 좋은 사수를 만났다. 괴팍하고 유능한 분이셨다. 이 사람 밑에서 일하면 나는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다. 좋은 대우 받으며 편하게 다녔던 전 회사를 그만두었던 이유를 생각하면 이 상사를 만난 것이 내게는 무엇보다도 큰 수확이었다. 누군가가 내게 따라와줄 거라는 기대를 하고, 그 기대에 못 미쳐 실망시키기도 하고, 잘 하면 칭찬을 받는, 뻔하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고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. 사수로써 거칠어보이지만 한없이 섬세했다. 나조차도 정리하지 못 하는 내 상태라든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무섭도록 집어냈다. 그 분의 말씀은 언제나 옳다고 느꼈다. 내가 내리려고 하는 결정을 극구 뜯어말렸고 나는 덕분에 계속 갈등을 반복했고, 지금도 하고 있다. 내게 이 분의 말은 가족이나 친구의 조언보다도 무게가 있었다. 내게 이 상사는 인생의 첫 사수이자,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고 해 온 내 커리어의 끝에 있는 완성형이었다. 이런 사람이 나를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. 내가 왜 그만두려 하는지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나보다도 정확하게 이해해서 정리해주면서 지금 그만두는 건 최선이 아니라고 하신다. 이런저런 메리트를 주겠으니 남으라 하신다. 물론, 눈 뜨면 하는 일이 입 발린 소리하기인 마케터다. 다 말빨인 거 안다. 하지만 이 직업은 진짜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. 일주일의 유예, 한 달의 유예, 약간의 휴가, 반복적으로 유예를 받았고, 격한 갈등이 시작되었다.
그런데도 역시 '그만두고 싶다'는 기분은 사라지지 않아 몇 달 동안, 특히 최근 한 달 간 극도로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. 몇 번의 유예와 휴가를 거치고도 결정이 달라지지 않았다. 나는 아주 좋은 회사를 아주 중요한 시점에서 그만두려고 한다. 하필이면 이 시점은 회사에게도, 나에게도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. 아무도 내 퇴사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. 회사에는 내 빈자리가 크고, 그만큼 내게도 잃는 것이 많다. 회사에서는 유예까지 줘 가며 필사적으로 설득했고 먼 미래의 약속을 주었고 유난히 친근하게 굴어주었다. 가족들도 말렸다. 나 스스로조차도, 이것은 최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. 지난 해부터 퇴사를 계속 미룬 것도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주위의 만류, 그리고 기껏 만난 좋은 회사와 멘토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는 정도의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. 더 큰 문제는, 지금이라고 해서 그 확신이 있는 것이 아니다. 오히려 그 설득들에 흔들려 기울어있다.
그러나 나는 다음 주면 회사에 나가서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결정을, 다시 한 번 죄송스럽게 전달하려고 한다. 또 설득당해서 또 유예를 받아올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몇 달 전 그 때 보다는, 억지로 일주일의 휴가를 받기 전보다는 1g이라도 생각이 정리된 것 같다. 나는, 지금은 손에 쥐고 있는 걸 잠시 내려놓고 조금 쉬면서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고 싶다. 무엇을 하고 싶은지, 무엇을 할 수 있는지. 내 상사는 그것을 회사에서 찾으라고, 도와주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미 내 일과 하루하루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음도 몸도 너무 지쳤다. 잠깐이라도 가진 걸 전부 내려놓고 돌아보고 싶다. 좀 더 단순한 이유라면 아침에 멍한 머리로 출근하는 그 무기력한 시간을 더는 견딜 수가 없다. 왜인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여덟 시간 일의 전장보다도 한 시간 남짓의 그 짧은 시간이 정말 죽도록 힘들었다.
가장 큰 문제는 내 스스로가 이것이 여전히 틀린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. 뻔히 지각할 걸 알면서 조금 더 자고 싶은 그런 상태와 닮았다. 객관적으로도, 그리고 내가 신뢰해마지 않는 상사의 의견으로도 나는 회사에 남아 지금의 생활을 계속 하면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. 하지만 나는 이미 너무 지쳤다. 어떤 게 좋은지 모르겠다. 더 이상 고민하고 갈등할 기력조차 없다. 그냥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반항 한 번 하는 셈치려고 한다. 그러기에 나는 이미 사춘기 중학생이 아니라 피해가 아주 크겠지만. 몇 번이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 결정을, 평생을 두고 후회할 것이다.
-구구절절 떠들어놓고 또 붙들릴 지도 모르지만. 일단은. ㅇㅇ.
난 그냥 지금 모든 게 다 두렵고 귀찮은 건지도 모른다. 내가 가진 것들을 이용해서 앞으로 남은 날들을 설계하고 나아갈 길을 천천히 준비해야 할 현실이 두려워 반대를 선택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. 삶이 눈 앞으로 다가오는 이십대의 끝자락에서 잠시나마 눈을 감고 또 어린애처럼 당장의 오늘과 내일만을 보며 살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. 아니, 아마 그럴 것이다.
그냥 무모하게 '인생 처음으로 택하게 되는 이레귤러'라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지도 모른다. 나는 적당히 성적에 맞춰 대학을 들어갔고, 슬슬 사회에 나가야 한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교수님께 진학 권유를 받아 도피하듯 대학원에 들어갔고, 아르바이트 감각으로 다닌 인턴이 그대로 첫 직장이 되었다. 그렇게 그냥 적당히 물이 흐르듯이 청춘이 흘러왔다. 지루했다.
몇 달 째 결정이 미뤄진 원인은 가족의 만류보다도, 상사의 만류였다. 나는 내 두 번째의 회사에서 아주 좋은 사수를 만났다. 괴팍하고 유능한 분이셨다. 이 사람 밑에서 일하면 나는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다. 좋은 대우 받으며 편하게 다녔던 전 회사를 그만두었던 이유를 생각하면 이 상사를 만난 것이 내게는 무엇보다도 큰 수확이었다. 누군가가 내게 따라와줄 거라는 기대를 하고, 그 기대에 못 미쳐 실망시키기도 하고, 잘 하면 칭찬을 받는, 뻔하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고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. 사수로써 거칠어보이지만 한없이 섬세했다. 나조차도 정리하지 못 하는 내 상태라든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무섭도록 집어냈다. 그 분의 말씀은 언제나 옳다고 느꼈다. 내가 내리려고 하는 결정을 극구 뜯어말렸고 나는 덕분에 계속 갈등을 반복했고, 지금도 하고 있다. 내게 이 분의 말은 가족이나 친구의 조언보다도 무게가 있었다. 내게 이 상사는 인생의 첫 사수이자,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고 해 온 내 커리어의 끝에 있는 완성형이었다. 이런 사람이 나를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. 내가 왜 그만두려 하는지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나보다도 정확하게 이해해서 정리해주면서 지금 그만두는 건 최선이 아니라고 하신다. 이런저런 메리트를 주겠으니 남으라 하신다. 물론, 눈 뜨면 하는 일이 입 발린 소리하기인 마케터다. 다 말빨인 거 안다. 하지만 이 직업은 진짜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. 일주일의 유예, 한 달의 유예, 약간의 휴가, 반복적으로 유예를 받았고, 격한 갈등이 시작되었다.
그런데도 역시 '그만두고 싶다'는 기분은 사라지지 않아 몇 달 동안, 특히 최근 한 달 간 극도로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. 몇 번의 유예와 휴가를 거치고도 결정이 달라지지 않았다. 나는 아주 좋은 회사를 아주 중요한 시점에서 그만두려고 한다. 하필이면 이 시점은 회사에게도, 나에게도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. 아무도 내 퇴사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. 회사에는 내 빈자리가 크고, 그만큼 내게도 잃는 것이 많다. 회사에서는 유예까지 줘 가며 필사적으로 설득했고 먼 미래의 약속을 주었고 유난히 친근하게 굴어주었다. 가족들도 말렸다. 나 스스로조차도, 이것은 최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. 지난 해부터 퇴사를 계속 미룬 것도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주위의 만류, 그리고 기껏 만난 좋은 회사와 멘토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는 정도의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. 더 큰 문제는, 지금이라고 해서 그 확신이 있는 것이 아니다. 오히려 그 설득들에 흔들려 기울어있다.
그러나 나는 다음 주면 회사에 나가서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결정을, 다시 한 번 죄송스럽게 전달하려고 한다. 또 설득당해서 또 유예를 받아올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몇 달 전 그 때 보다는, 억지로 일주일의 휴가를 받기 전보다는 1g이라도 생각이 정리된 것 같다. 나는, 지금은 손에 쥐고 있는 걸 잠시 내려놓고 조금 쉬면서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고 싶다. 무엇을 하고 싶은지, 무엇을 할 수 있는지. 내 상사는 그것을 회사에서 찾으라고, 도와주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미 내 일과 하루하루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음도 몸도 너무 지쳤다. 잠깐이라도 가진 걸 전부 내려놓고 돌아보고 싶다. 좀 더 단순한 이유라면 아침에 멍한 머리로 출근하는 그 무기력한 시간을 더는 견딜 수가 없다. 왜인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여덟 시간 일의 전장보다도 한 시간 남짓의 그 짧은 시간이 정말 죽도록 힘들었다.
가장 큰 문제는 내 스스로가 이것이 여전히 틀린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. 뻔히 지각할 걸 알면서 조금 더 자고 싶은 그런 상태와 닮았다. 객관적으로도, 그리고 내가 신뢰해마지 않는 상사의 의견으로도 나는 회사에 남아 지금의 생활을 계속 하면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. 하지만 나는 이미 너무 지쳤다. 어떤 게 좋은지 모르겠다. 더 이상 고민하고 갈등할 기력조차 없다. 그냥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반항 한 번 하는 셈치려고 한다. 그러기에 나는 이미 사춘기 중학생이 아니라 피해가 아주 크겠지만. 몇 번이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 결정을, 평생을 두고 후회할 것이다.
-구구절절 떠들어놓고 또 붙들릴 지도 모르지만. 일단은. ㅇㅇ.
# by | 2012/04/14 00:36 | 트랙백 | 덧글(4)







